원제 Vesper Flights
출판사: 판미동
발행일: 2021년 11월 19일
ISBN: 979-11-70520-55-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15 · 488쪽
가격: 18,000원
“모든 글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고 또 접어야만 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타임> <워싱턴 포스트> <USA투데이> 올해 최고의 책
<가디언> 최고의 자연 부문 책·<아마존> 최고의 논픽션
『메이블 이야기』로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 존슨상과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상을 석권하고, 《가디언》《이코노미스트》《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전 세계 유력 언론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헬렌 맥도널드의 신작 에세이집 『저녁의 비행』이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인간과 자연의 경이롭고 우연적인 만남을 다룬 『저녁의 비행』은 어릴 적 고향에 대한 향수부터 숲에서 야생동물을 지켜보는 기쁨, 어느 이민자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감성의 에세이가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타임》 《워싱턴 포스트》 《USA투데이》 등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혔고, 《가디언》 선정 최고의 자연과학 책, 아마존 최고의 논픽션·최고의 회고록으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
저자는 상자 안에 산호, 화석, 바위, 깃털 등을 수집하는 16세기 수집 열풍 ‘분더카머(Wunderkammer)’처럼 이 책이 문학판 호기심 상자라고 말한다. 책에는 송골매, 칼새, 찌르레기, 토끼, 소, 돼지, 백조, 편두통, 브렉시트, 발전소 굴뚝 등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주제들이 한데 모여 서로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처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관찰과 매혹, 시간과 기억, 사랑과 상실에 대한 41편의 에세이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존재를 바라보는 새롭고 다채로운 시각을 일깨워 준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를 향한 사랑을 발견하다
저자는 자연 세계와 그 속에 사는 생명체들을 고요한 마음으로 관찰한다. 새들의 둥지와 알을 관찰하며 집이라는 개념을 반추해 보고, 개발업자들에게 팔려 버린 초원을 찾아가 그럼에도 땅속 층층이 훗날을 기다리는 씨앗들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떠올리는 등 자연과의 만남에서 뜻밖의 위안과 감동을 찾아낸다. 자연뿐만 아니라 도시의 일상에서도 우리 주변의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와 그 역사를 돌아본다. 문명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철새 이동을 관찰하며 650피트 높이의 하늘에서는 도시와 시골 사이의 구분이 없어진다거나 템스강 백조를 조사하는 연례 행사에 참여해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헝가리에서 자유롭게 날아가는 수만 마리의 두루미를 지켜보며 국경이라는 경계에 좌절하는 난민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저자는 그것이 자신의 글에 흐르는 주제인 사랑이라며, 특히 “우리를 둘러싼 모든 빛나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환경 파괴와 대규모 멸종의 시대, 문학과 과학의 역할을 고민하다
저자는 지금이 지구상 여섯 번째 거대한 멸종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 할지 공들여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작가가 되기 이전에 과학역사가였던 저자는 과학자의 시선과 문학가의 열정을 공유하는 폭넓은 시각을 보여 준다. 인간이 초래한 환경과 서식지 파괴의 규모를 확인하여 통계를 내고 그 원인과 적절한 대책을 알아내는 것은 과학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해마다 빈 곳이 늘어나고 고요함이 자리를 잡아 갈 때 그 상실과 사멸이 무엇을 뜻하는지, 가령 영국의 숲에서 빠르게 사라져 가는 숲솔새가 어떤 새이고 그 새를 잃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전해 주는 것은 문학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껏 문학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문학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가치를 알리고 이야기해 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구하기 위한 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발전소 굴뚝과 송골매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체뿐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사물까지 사색의 영역을 넓혀 간다. 이렇듯 이 책은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따라가며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 준다.
들어가는 말
1 둥지
2 돼지 같지 않아
3 소년과 앵무새
4 야외 도감
5 테켈스 파크
6 고층 건물
7 철새 떼와 인간 무리
8 어떤 학생의 이야기
9 개미
10 편두통 징후
11 섹스, 죽음, 버섯
12 겨울 숲
13 일식
14 그녀의 궤도
15 산토끼
16 길을 잃었지만 따라잡았지
17 템스 강 백조 조사
18 둥지 상자
19 헤드라이트에 비친 사슴
20 더블린 풀백과 송골매
21 저녁의 비행
22 반딧불이
23 태양새
24 전망대
25 위큰 습지
26 폭풍
27 찌르레기 혹은 중얼거림
28 뻐꾸기
29 화살 황새
30 물푸레나무
31 한 줌의 옥수수
32 초겨울 열매
33 버찌 씨
34 새장 속의 새
35 은신처
36 어떤 찬사
37 구조
38 염소
39 어느 골짜기에서
40 신비한 일상
41 동물이 주는 교훈
감사의 말씀
▶본문 발췌
서로간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인정하면서 서로 보살피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지금 당신의 눈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시도하는 것,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 당신과 다른 대상을 사랑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온 세상의 생명체와 사물의 복잡 미묘한 세상 속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은 오늘날 역사적 순간 속에서 나에게 가장 심대하게 다가오는 문제들이다. – p.9 <들어가는 말>
둥지는, 내가 새한테 품어 온 온갖 의미와 가치에 도전을 해 왔다. 나는 새들이 자유로워 보였기에 그토록 사랑했다. 위험을, 함정을, 어떤 유형의 부담이라도 감지할라치면 새들은 금방 날아가 버릴 수 있었다. 그런 새들을 지켜보면서 나도 그들의 자유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둥지와 알은 새들을 얽매이게 하고 취약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 p.16 <둥지>
우리가 자연에 관해서 하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다. 자연을 상대로 우리 자신을 시험하고, 자연을 배경으로 우리 자신을 설정하고, 자연과 비교하여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자연의 본모습과 전혀 맞지 않았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친밀함과 우정을 찾는 것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내가 야외 도감에서 보았던 이런 생명체들의 이름을 익히게 되었다면, 그건 신학기에 우리 반 친구들의 이름을 꼭 알아야 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그랬을 뿐이었다. – p.62 <테켈스 파크>
겨울 숲에는 생명의 표징들이 겨울 숲에 드물게 들어오는 빛의 그림자처럼 점점이 찍혀 있다. 그것은 어디에 눈길을 돌려도 곳곳에 생명이 넘쳐나는 울창하게 성장한 여름의 초목으로선 보통 이해하기 어려운 표징들이다. 딱따구리가 콕콕 만든 나무 구멍, 사슴들이 조금씩 뜯어 먹은 어린나무들, 여우 땅굴, 낮은 가시나무에 걸린 오소리 털 뭉치! 겨울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이런 소소한 생명의 표징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아챌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발이 지난해 나뭇잎을 밟고 있는 동안, 내 머리 위로는 벌써 다가올 봄의 나뭇잎들이 잔가지 끝의 봉오리 안에 고이 접혀 있다. -p.141~142 <겨울 숲>
요즈음 나는 동물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그리고 그들의 삶이 인간의 삶을 설명하거나 거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진정으로 마음에 위안을 받곤 한다. 우리 집 하늘 위에서 떼까마귀는 날아다니고 있고, 나는 우리 집 뒷마당에서 그 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집이란 건 저 새와 나에게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나에게 그 집은 보금자리이다. 과연 떼까마귀에게 이 집은 무엇일까? 이동하는 여정에 잠시 들르는 중간역일까, 아니면 그냥 기와와 경사가 모여 있는 곳일까, 그도 아니면 잠시 내려와 앉는 횃대로 쓸모 있는 곳일까, 아니면 가을이면 마구 부수어 알을 쏙 빼서 먹을 수 있는 호두알이 툭 떨어지는 그런 곳일까! 어쩌면 그 모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겠지. – p.480 <동물이 주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