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심선혜
출판사: 판미동
발행일: 2021년 6월 23일
ISBN: 979-11-58888-60-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28x188 · 248쪽
가격: 13,800원
“가끔 암에 걸리거나 큰 위기를 겪었던 분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우리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사랑하는 힘이 다시 날 살아가게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 김미경
최고의 인생 멘토 김미경이 추천한
‘따뜻한 위로가 되는 책’
건강한 사람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아파도 자신을 계속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젊은 암환자인 저자가 불안과 우울을 다독이며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가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언론사 기자였던 저자는 아이를 만 세 살까지 키우고 다시 자신의 일과 인생을 찾아가리라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네 살이 되던 서른두 살에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인 남편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2년 반 동안 항암치료를 마치고 그 경험을 글로 써낸 저자는 암이라는 병 자체보다 힘들었던 불안과 우울에 글쓰기가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이었다며, 암 경험에서 배운 ‘나를 막내딸처럼 돌보는 힘’을 전한다. 책에서는 “누구나 아플 수 있기에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건강한 사람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아파도 자신을 계속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그동안 출판됐던 암 경험자의 책과 달리 치료과정이나 아픔에 대한 묘사는 덜어내고, 암을 겪으면서 새롭게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주로 담았다. 어린 딸을 돌보듯 자신을 돌보고, 글쓰기를 통해 불안과 우울을 달래 가는 과정을 보면 암 경험과 무관하게 공감할 만한 일들이 많다.
이 책은 “다 잘될 거야!” 하며 근거 없이 희망적인 위로를 건네거나 “암에 걸린 게 내 삶의 축복”이라는 식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암이라는 불운한 상황을 끊임없이 달리 보려고 애쓴 흔적과 그저 매일을 담담하게 살아가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어린 딸에게 죽음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돌봄과 위로의 가치를 알아 가는 등 그런 평범한 노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독자에게는 적당히 알맞은 온도의 위로가 될 것이다.
▶ 추천사
살면서 “난 한 번도 아프지 않을 거야, 한 번도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아플 수 있고, 넘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참으로 꾸준히 외면합니다. 그리고 닥쳐온 불행에 외면보다 더 못한 분노로 ‘나’를 대합니다. 결국 가장 아픈 건 나 자신인데요.
종종 암에 걸리거나 큰 위기를 겪었던 분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우리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젊은 나이에 암을 겪었고 현재도 데리고 사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보며 사는 것과 꿈을 이뤄 가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어떤 상황에 있건 나를 사랑하는 힘이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아무리 힘들어도 끝끝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김미경 (MKYU 학장)
프롤로그
▷ 1부 바라보기 – 비록 쓰디쓴 오늘이라도
그렇게 암환자가 되었습니다
삶에 목표가 없는 이유
불행을 예습하지 말아요
깍두기는 사양합니다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 2부 들어 주기 –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무례하고 따뜻한 엄마
환자가 아니라 부탁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꼭 안아 주면 어떨까
안부 대신 점이라도 찍어 주세요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 3부 달래 주기 – 한 번 더 나를 따뜻하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슬픔을 담아낼 그릇이 필요할 때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서
나를 사랑하는 생활
시소에서 내려오는 일
▷ 4부 안아 주기 – 누구나 위로가 필요하기에
별이 되고 싶었던 불가사리
늘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만
아프지만, 슬프지 않은
이만하면 다행이라는 거짓말
거대한 일은 우릴 용감하게 한다
점쟁이한테 듣고 싶었던 말
▷ 5부 돌봐 주기 – 아이처럼 나도 그렇게
삶의 리듬을 만드는 직업
느리지만 분명하게, 식물처럼
하마터면 열심히 살라고 할 뻔했다
슬픔이 행복의 통로가 될 때
죽음을 이야기하는 시간
▷6부 살아가기 – 좋은 날만 계속되진 않더라도
부고를 읽는 아침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비가 오면 쉬었다 가야지
어디에 도착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암투병을 그만두겠습니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에필로그
아픔과 불안을 돌보며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아 가다
‘암’이라고 하면 보통 슬프고 힘든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암을 겪으면서 건강할 땐 몰랐던 삶의 다른 면들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불행을 예습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사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받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기댈 수 있는 누군가를 찾기보다 나를 먼저 돌보는 데 마음을 쓰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일 방법을 찾아가면서 암 경험이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돌봄의 주체를 나로 하고,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고, 불안하고 우울할 때 즉각적으로 편안해지는 일을 하는 등 나를 돌보는 여러 노하우도 담겨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는 삶의 방식을 배우다
아픈 나를 돌보고, 가족을 돌보거나 가족의 돌봄을 받기도 하면서 저자는 환자가 병과 싸우는(鬪病)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부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서로에게 기대고, 곁을 주고, 서로 돌보고 자라게 하는 것이 삶의 평범한 과정임을 알아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짐이 되거나 걱정을 끼칠까 봐 마음 졸였지만, 이내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진짜 의미를 깨우쳐 간다. 아프기 전에 독립적이라고 자평했던 자신의 모습이, 가까운 사람에게 나를 보살피고 도울 기회를 주지 않아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했다는 것, 그래서 서로를 외롭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작은 말과 행동으로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 주고, 상처받지 않는 위로와 배려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살피는 등 책에 담긴 관계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통해 독자들도 건강한 관계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문 발췌
“아기 엄마, 나 그냥 진짜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들어 줘요. 딸이 하나랬지? 애 이름이 뭐예요?”
“율이예요.”
“그렇구나. 그럼 지금부터 딸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고 나를 돌봐요. 율이가 첫째고, 내가 막내딸이라고 생각해요. 율이보다 나를 더 먼저 돌봐줘요.”
“네, 꼭 그럴게요.”
“그리고 절대 주변 사람들한테 괜찮다고 하지 말아요.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 해. 남한테 내가 100퍼센트 잘해 주면, 그 사람이 고마워할 것 같지? 아니에요. 95퍼센트만 돼도 서운하다고 해. 남한테 애쓰지 마요. 지금은 우선 나한테만 애써요.” -p.47
나를 대하는 근심 어린 얼굴들을 보고 깨달았다. 상대방이 걱정될수록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게 먼저라는 걸. 갯벌에 숨은 조개를 찾듯 마음속에서 진심을 캐낼 필요는 없다.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그대로 둔다. 우선은 그 사람이 보여 주고 싶은 만큼만 믿어 주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만큼만 들어 주면 된다. -p.87
내 나이에 아픈 부모님을 돌보는 건 ‘효녀’ 소리 들을 일이지만, 내 나이에 환자가 되면 부모님께 걱정만 끼치는 ‘불효녀’다. 나는 젊어서 암에 걸린 게 잘못이라고, 이 나이에 남들은 다 건강한데 너만 왜 그리 나약하냐고 자책했다. 아무렇게나 던진 돌에만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게 아니었다. 내가 약한 개구리이기 때문에 꽃으로 맞아도, 풀에 스쳐도 쉽게 상처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탓했다. -p.120~121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시장에서 받아온 리플릿을 보다가 어쩌면 내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함도 예술의 일부이듯, 아픈 것도 내 삶의 일부다. 나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서 오랫동안 외면했다. 젊으니까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픈 내가 비정상이라고 마음대로 결론 내리기도 했다. 환자의 반대말이 정상인이니까 아픈 나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여겼었다. -p.141
객관적인 불행은 없다. 영화 속 치매 환자가 부러워한다고 해서 암환자인 내가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나보다 더 위독한 암환자가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해서 내 슬픔이 덜어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내 고통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의하지 않는다.
그저 힘들 땐 나의 슬픔과 분노, 고통과 절망을 알아차리려 노력한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은 순수한 내 감정을 향해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다독여 준다. 남에게 내 마음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보듬어 준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니까. 다행이라고 억지 부리지 않고 내 편이 되어 준다. -p.154~155
나무의 단면을 잘라서 얼마나 컸는지 나이테를 확인할 수는 없다. 억지로 잡아당긴다고 자라는 것도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도 나도 나무처럼 성장하고 있다. 각자 제 속도에 맞게 자란다. 매뉴얼 없이, 느리지만 분명하게 식물처럼 자란다. -p.185
“나는 안 죽고 싶어. 엄마도 안 죽었으면 좋겠어. 나는 죽는 거 싫어.”
“그런데 그럴 수가 없어. 누구나 다 죽어. 엄마가 비밀 하나 더 알려 줄까? 사람들은 자기가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몰라.”
아이는 곧 울 것 같았다. 겁에 질린 아이를 안아 주면서 책장을 가리켰다.
“봐봐. 어떤 책은 엄청 두껍고, 어떤 책은 얇지? 율이가 좋아하는 이 그림책은 얇지만 재밌잖아. 그리고 저건 두껍지만 지겨운 책이고. 사람도 책과 마찬가지야. 짧게 살아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지만, 오래 살아도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있어. 물론 두껍고 재밌는 책이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
“나는 두껍고 재밌는 책 할래.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우리 가족 다.”
“그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어.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야. 오늘을 재밌게 사는 거. 매일 즐거운 이야기로 채우는 건 우리가 할 수 있어. 하지만 책 두께는 못 정해.”
-p.203~204
암을 이겨 냈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암투병, 암과의 전쟁 같은 말도 함께. 투병(鬪病)이란 병과 싸운다는 뜻이다. 싸움은 결국 어느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지는 게임 아닌가? 투병이라고 하면 치열하게 싸우고 상처 입는 것이 환자의 숙명이라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암과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결국 누군가 다치고 죽는 결말일 게 뻔하다. 그러니 아픔과 싸우는 게 아니라 치유해야 한다. 아픔을 다독이며 살아야 한다.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