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백봉 김기추 거사 법어집
글 장순용
출판사: 판미동
발행일: 2012년 7월 27일
ISBN: 978-89-601-7319-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8x210 · 392쪽
가격: 15,000원
백봉거사의 생애와 가르침을 담은 이 시대 최고의 법문집
출가하지 않은 재야 불교인으로서 선지식(善知識)의 반열에 올라 한국 불교계에 거사풍(居士風) 불교 지도자로 명성을 남긴 백봉 김기추 거사의 대표적인 법어집 『도솔천에서 만납시다』가 판미동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1996년 출간된 초판에 일부 원고를 추가해 개정증보판으로 펴냈다. 1장은 백봉거사가 쉰이 넘은 나이에 불교계에 입문한 후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생애를 소개하며, 2, 3, 4장은 백봉 거사의 저서인 『절대성과 상대성』, 『유마경대강론』, 『금강경강송』에 나오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한 법문과 철야 정진 법회나 수시 법회 때 전한 설법 중 주요한 것을 추려 실었다. 내가 있어야 우주도 있고 부처도 있다는 ‘허공으로서의 나’, ‘참다운 주체성’을 요체로 삼는 백봉거사의 설법은 활달한 표현과 자신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백봉거사는 속가에 머문 채 살아가면서 성불(成佛)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친숙한 일상 언어로 전달한다. 열반에 들기 직전까지 제자들을 지도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데 평생을 바쳐온 백봉거사의 열정이 담긴 설법은 일체의 허망함을 꼬집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집착과 망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백봉白峯 김기추金基秋 약력
1908년 음력 2월 2일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대범하고도 반항적인 기질을 지닌 그는 항일 민족운동을 벌이다 부산형무소에서 일 년을 복역하는 등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광복 후 교육 사업을 하다가 오십이 넘은 늦은 나이에 불법을 공부하기 시작해 ‘무(無)자 화두’로 정진하던 중 1964년 1월에 활연대오(豁然大悟)했다.
홀연히도 들리나니 종소리는 어디서 오나 / 까마득한 하늘이라 내 집안이 분명허이 한입으로 삼천계를 고스란히 삼켰더니 / 물은 물은, 뫼는 뫼는, 스스로가 밝더구나—백봉거사가 깨달음을 얻은 순간 읊은 시구
“눈이란 기관을 통해서 보는 놈이 누구냐. 귀라는 기관을 통해서 듣는 놈이 누구냐.빛깔도 소리도 없는 바로 그 자리, 허공이 본바탕이고 법신이다.”
『도솔천에서 만납시다』에 실린 글은 이십여 년간 이루어진 백봉거사의 법문 중에서 일부를 가려 뽑은 것이다. 법문의 특징은 백봉거사가 종지(宗旨)를 세운 소위 거사풍(居士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먼저 설법을 통하여 일체만법인 상대성이 본래 우뚝스리 홀로 존귀한 절대성의 굴림새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하고, 그 다음에 반드시 무상(無相)의 법신(法身)이 유상(有相)의 색신(色身)을 굴린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나서 화두를 지니게 하는 것’이 거사풍의 요체다. 따라서 백봉거사가 쓰는 방편도 대체로 학인(學人)들이 올바른 견처(見處)를 밝힐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니, 독자들도 이 점을 유의해 열린 가슴으로 간절히 귀 기울인다면 백봉거사가 전하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머리말 중에서
“바로‘나’가 있기 때문에 부처도 있고 중생도 있는 겁니다.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진짜‘나’가 모든 걸 나툰 겁니다.”
가도 가는 것이 아니고 와도 오는 것이 아니니, 여러분은 지금 가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허공이 가고 오는 것 봤습니까? 뭐가 있어야 가고 오는 것이 있죠. 그러나 이 모습인 몸뚱이는 가고 오고 그래요. 하지만 이것은 가짜거든요. 따라서 우리는 실다운 곳에 앉아서 이 가짜인 모습을 쓸지언정 이것을 ‘나’라고 해선 안 됩니다. 이 몸뚱이는 느낌이 없으니 주체성이 없는 것 아닙니까? 진짜 ‘나’는 주체성이거든요. 이 주체성은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으면서 자체성이 없는 가죽부대인 이 몸뚱이를 만들어 내요. 천인(天人)도 만들 수 있고 부처 몸도 만들 수 있으며, 마음먹는 데 따라서 축생의 몸도 만들어 탈을 뒤집어쓰기도 합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