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서지 정보
카피: 삶 속으로 계속 들어가라. 구체적인 현실을 떠나서는 공부도 깨달음도 없다.
부제: 과거의 습(習)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글 윤인모
출판사: 판미동
발행일: 2014년 9월 3일
ISBN: 978-89-601-7931-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5x215 · 364쪽
가격: 13,500원
분야 삶의 지혜
책소개
구체적인 현실을 떠나서는 공부도 깨달음도 없다.”
인도나 티베트가 아닌 이 땅의 저잣거리에서,
산속 은둔 수행자가 아닌 우리 곁 구도자들에게서,
펄펄 살아 숨 쉬는 영원의 지혜를 만나다
우리 곁 구도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다
머나먼 인도나 티베트가 아니라 이 땅의 저잣거리에서 치열하게 내면의 깨달음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구도자들과의 좌충우돌 만남을 그린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가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구도자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주기는 하지만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개 인물을 과장·미화하거나, 등장인물들은 이색적이지만 저자 자신은 객관적인 관찰자의 역할을 맡아 극적 사건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각 인물과 정면승부를 펼쳐 문제의 핵심으로 곧장 뛰어들거나 오랜 시간 밀접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인생 전반을 통찰한다. 일찍이 정규 교육과 담을 쌓고, 광고 회사 직원부터 공장 노동자까지 다양한 직종을 두루 거쳐 명상의 길을 가는 독특한 이력의 저자는 스스로 문제적 수행자 역할을 자처하여 고상한 명상 담론의 말놀이 게임을 부숴 버리고 갖가지 예측불허의 사건들을 일으킨다. 시장통 복덕방 도인, 중이 되는 게 습관인 사내, 세계의 방랑자, 백수 지존, 삼대(三代) 구도자 집안, ‘괴물’ 창립 멤버 선승 화가, 오쇼의 메신저, 선천적으로 타고난 도인, 쿤달리니를 터득한 밀교 수행자, 최고 힐링 전문가가 된 여자 사업가 등 고정관념과 일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새로운 진경을 보여 주고, 인생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유쾌하게 전한다.
결국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구체적인 삶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삶과 명상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현실을 떠나서는 공부도 깨달음도 없다는 ‘삶에 뿌리박기’를 강조한다. 역동적이고 뜨거운 삶의 국면들을 드러내는 적극적인 이러한 구도기는, 등장인물들을 현실과 동떨어진 소수의 별종이 아니라 삶의 경계에 서 있는 첨예한 구도자로 조명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일회적인 읽을거리가 아니라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전하는 지혜의 보고로서 값한다.
이 땅에는 수많은 무명의 구도자들이 있다. 그들은 한 줌 잡초처럼 스러져 간다. 술에 무너지고, 여자에 무너지고, 도박이나 투기에 무너지고…… 번뇌에 무너지는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번뇌와 대결하는 모습도 결코 아름답지 않다. 고뇌하는 그 사람은 결코 ‘문학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더럽게 추잡한 세계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고뇌와 적나라하게 대결하는 진정한 방법이다. 자신을 완전히 까발리고 밑바닥까지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악취, 모든 비열함, 모든 아집…… 왜냐하면 그것들도 인간성의 일부였으며, 이 ‘나’를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사랑했었다. 그의 솔직함, 적나라한 방식을 사랑했었다.
(p.115~116)
목차
▶ 차 례
여는 글 그곳을 향해서 가라 6
1장 도인
너만 바보냐? 나도 바보다 – ‘괴물’ 창립 멤버 사사행인 15
뭐든지 다 해 봐라 – 시장 속 도인 전주환 선생 30
모았다 풀었다, 그것이 자유자재함이다 – 선천 도인 무일 선생 50
2장 방랑자
저녁에 네 번 종을 치다 – 구도 삼대 67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내 행색이 초라한가 거창한가 – 세계의 방랑자 삭신 73
나는 중이 되는 게 습관이었다 – 엽기 파행의 종합판 무불 93
3장 쿤달리니 보고서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의 여행자 – 영수와 ‘쿤달리니 백과사전’ 119
쿤달리니 수행자에 관한 보고서 – 밀교 수행자 130
4장 산야신
한국인 조르바 – 쾌락주의자 상깃 173
어이, 요새는 작업 안 해? – 푸하하 붓다 길연 182
우리는 우주를 방랑한다 – 가슴의 빛 카라 194
5장 신(新)도인
세상과 조화되지 못하면 순수함도 왜곡된다 – 해피타오 한바다 213
겁나게 무서운 퍼 주는 여자 – 파드마 삼바바의 여인 태백 선생 245
6장 오쇼의 세계, 비하인드 스토리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게 핵심은 아니다 – 오쇼의 미디엄 아난도 273
돌아오지 않는 자 – 오쇼와의 농담 따먹기, 무대책 스님 293
7장 명상에의 길
새장 속의 새, 눈물을 흘리다 – 붓다 지(知)를 꿈꾸는 타로이스트 301
좋은 인연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 – 사난다의 명상 인생 324
맺는 글 삶이란 광대무변한 현상이다 358
편집자 리뷰
비판적인 시선으로 명상수행을 돌아보다
명상 수행은 무조건 실천해야 할 것으로 찬양되지 않으면, 왠지 사이비 종교와 관련되거나 우리 삶과 동떨어진 무언가로 취급됐다. 이 책에서는 명상 수행을 좋은 점만을 드러내기보다는 거기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을 꿰뚫어 보며 그 허와 실을 살핀다. 삶과 현실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과 통찰, 몸과 영혼에 대한 비전, 명상 수행계의 주요 이슈 등 무겁거나 어려워 보일 수 있는 주제를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솔하게 풀어낸다.
밀교 수행자와의 만남에서는 쿤달리니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담을 들으면서 시중에 떠도는 사이비 논쟁들을 고찰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적 스승과의 만남에서는 “영적인 문제가 대중적 가치와 포장된 상품 수준으로 환원되고 유포되는 것”에 대한 회의를 표하며 성과 명상 등 수행에서 일어나는 민감한 문제에 대한 격론을 이어간다. 그리고 여러 영적인 인물들을 경험하고는 “영적인 능력과 참된 지혜는 반드시 비례하지도 일치하지도 않는다. 명상인들이나 수행자들은 많은 경우 그 때문에 더욱 어리석어지기 일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처럼 저자는 각종 초현상들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기인들의 밀착된 현실, 영적 스승이라 불리는 인물들의 심리 분석, 쿤달리니 현상, 오쇼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 등 명상 수행계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주제들에 가감 없는 비판을 가한다. 그러면서도 개개의 인물과 삶에 애정 어린 시선을 결코 잃지 않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곁 구도자들의 뜨거운 생애를 읽어 나가며, 독자들은 저자 특유의 걸출한 입담과 생생한 체험에서 오는 재미, 그동안 리얼리티를 갖기 어려웠던 정신세계에 대한 논쟁과 전반적인 지식, 나아가 인생에 대한 뜨겁고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내가 모르는 어떤 중요하거나 치명적인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글 속에 나오는 누구한테도 악의는 없다. 숭배나 찬사도 없다. 사랑은 있다. “삶이란 광대무변한 현상이다.” 나는 오쇼의 이 말이 맘에 든다. 이 글들을 단지 명상 세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 관한 이야기로서,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바로 그 삶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다. (p.362~363)
▶ 본문 속으로
평범한 사람들은 비범한 사람들의 삶에 자극받아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은 왕왕 평범한 삶에 의해 무너지곤 한다. 비범할 것을 끝없이 요구하는 이 도시 속에서 우리 대부분은 비범한 자들의 지옥을 거쳐 평범한 것들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고 마는 그런 여행자 들이다. (p.129)
“자신이 경험한 것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마라. 체험이나 자기 과거에 대해서 이랬었다 저랬었다 아무리 떠들어 봐야, 그것이 신비적 체험이든 아니든 하나의 허상에 의해 재정의되고 조립되고 있는 허상의 파편들일 뿐이다. 어떤 경험이 있었다면 그냥 입을 다무는 게 좋다. 그리고 스스로가 침묵하지 않는 경험이라면 그다지 중요한 경험도 아니다.” (p.138)
“정보화 시대니 뭐니 해서 사람들이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을 지배하는 밑바닥의 정서는 하나의 기다림 같다. 물론 문학적인 감수성조차도 거의 사라진 사람들은 외부적인 일에 온통 주의를 빼앗긴 채 살지만…… 예컨대 약속이 있는 것도, 보고 싶은 누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무언가를, 누군가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다들 있지 않나?” (p.160)
인생을 빛과 풍요와 놀이로 채우는 것은 쉬운 일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행복은 이미 거기에 주어져 있다. 고생 끝에 얻는 행복이라면 대관절 어떤 종류의 행복인가? 이 세상을 바꾸고, 자신의 부가가치를 늘리고,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이런저런 목표 지점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들 말한다. 힘겨운 노고나 불행의 과정을 필히 전제로 하지만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 매우 비경제적이고 불합리하며 모순된 정의 같다. 행복이란 과정이나 결과가 아니라 본성이라는 것 —이것이 탄트라의 입장이다. 내려놓으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즐기라. (p.192)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지금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은 매우 드물다. 결혼이란 계약서로 맺어지면 선택의 여지나 자유도 없어진다. 사람들은 상대를 바꾸려고 하면서 좌절을 겪게 되는데 그것은 잘못된 시발점이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당신이 상관할 바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p.278~279)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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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모 글
이 책 속의 누군가는 글쓴이를 “필력은 있는데 작가는 아니고, 학식은 있는데 교수도 아니며, 명상에 대해서 뭘 좀 아는데 도인은 아닌” 사람으로 소개한다.
“사회가 인생의 형태를 규정하는 한 모험가는 여기에 반대한다.”(앙드레 말로)는 생각이 삶의 오랜 주제였다. 중3 여름 인생의 허무를 알게 됐으며, 다음 해 니체와 하이데거를 발견하곤 미련 없이 정규 교육과 담을 쌓았다. 이후 ‘인생의 8할은 책이었다.’ 그러나 책 속으로 여행은 절망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20대 후반에는 책들과 작별을 하면서 ‘동서고금의 정신사를 통해 가장 극악무도한 주의 주장, 모든 사이비, 허구, 신화, 인습, 편견, 고정관념, 권위, 우상, 금기, 상식, 남자, 여자, 진리, 사상 등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이라는 주제로 독설 모음집을 내기도 했다.
인생은 만만치 않았다. 초등학교 때 읽은 무협지 실력으로 ‘철학 무협지’를 썼다가 대패했으며, 정유 공장, 제철 공장, 판유리 공장 등지에서 막일을 하기도 했다. 외판원, 영업사원, 창고지기, 출판사, 광고 회사를 거쳐 어느 문턱 높은 회사에서 이력서 등을 요구하자 “그런 거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데요”라며 배짱을 놓다가 요직에 중용되기도 했다.
1986년 겨울 명상을 처음 시작했으며 1999년 초 네팔 히말라야를 거쳐 인도를 여행, 2003년엔 인도 푸나 아쉬람에서 집중 수행했다. 1999년부터 월간 《정신세계》 기획위원, 2001년 원주 피라미드 명상원(현 힐젠빌) 책임 운영, 정신세계원 기획실장, 월간 《삶과 명상》 편집인 겸 발행인 등을 거쳐 현재는 ‘미스틱로즈 명상센터/명상·치유·예술 컨티늄(서울)’에서 활동 중이다. 2001년부터 100여 회 이상 명상캠프를 열어 왔으며, 기업체 힐링 캠프, 테라피나 상담사 교육 단체 등에서 오쇼 명상, 도가, 불가, 우파니샤드, 티베트 밀교명상 등 100여 가지의 명상 방편과 힐링 기법을 지도, 보급해 오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어느 누구의 어떤 형태의 삶일지라도 이 우주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을 긍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