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생활 20년 한국판 『월든』 “세상은 거대한 도서관이고 하늘, 땅, 물, 바람, 나무…는 책이다.”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

최성현

출판사 판미동 | 발행일 2024년 4월 5일 | ISBN 979-11-70523-85-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8x200 · 308쪽 | 가격 17,000원

분야 삶의 지혜

책소개

“자연은 최고의 경전”

낮은 마음으로 옮겨 적는 자연의 살림과 말씀

 

20년 넘게 숲속에서 살아온 농부 작가 최성현이 자연에서 배운 가르침들을 일상의 언어로 전하는 에세이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가 판미동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무정(無情)은 ‘마음을 가진 살아 있는 중생’인 불교 용어 ‘유정(有情)’에 반대되는 말로, 무정설법(無情說法)이란 곧 감정이 없는 산하대지를 비롯하여 하늘, 바위, 바다 등이 설법을 한다는 뜻이다. 나무, 풀, 동물, 벌레 등 천지만물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쉼 없이 일러주고 있으니, 그 말씀을 ‘마음의 귀’를 열고 잘 듣고 새겨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자연의 가르침을 따르며 생명을 해치지 않고 농사짓는 자연농법을 30년 넘게 실천해 왔다. 자연농법이란 관행농법이나 유기농법과는 달리, 논밭을 갈지 않고, 농약으로 벌레를 죽이지 않으며, 비료도 주지 않고 제초도 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 짓는 농사법이다. 이 책에는 오랜 기간 자연의 순리를 체득하여 살아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나날의 기록이 꾸밈없이 담겨 있다. 자연에서 얻은 지혜뿐 아니라, 인간 중심에서 자연 중심으로의 생태주의적 관점 전환, 이 시대에 꼭 새겨들어야 할 인류와 자연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까지 모두 담긴 책이다.

편집자 리뷰

씨앗은 말한다 “너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사서삼경보다 귀한 천지만물의 지혜

 

저자는 “자연이 성경이나 불경, 사서삼경보다 더욱 귀한 경전”이라고 말한다. 우주가 처음이자 끝이라는 뜻에서 본래 경전이며, 노자, 석가모니, 예수, 공자, 마호메트 등이 만든 경전은 이 본래 경전을 베껴 적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인디언 전통에서도 발견되는데, “세상은 거대한 도서관이며 돌, 나뭇잎, 풀, 실개천, 새, 들짐승…… 등은 책이다.”(테톤 수족 인디언 ‘서 있는 곰’) “우리는 바람과 비와 별들의 말을 듣습니다. 우리에게 세상은 펼쳐져 있는 성경입니다. 우리는 수백만 년 동안이나 그것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라코타족 인디언 ‘위대한 붉은 사람’)와 같은 말들이 그것이다. 동양 전통의 ‘무정설법’과 같은 맥락에 있는 가르침이다.

이처럼 이 책 곳곳에는 인간의 경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의 말씀들이 보물처럼 담겨 있다. 손안의 씨앗에게서 “너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는 희망의 말씀을 듣는가 하면, 한겨울에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괜찮다! 괜찮다!”는 위로의 말씀을 듣는다. ‘다 내주어도 돌려주는’ 하늘의 설법과 ‘받아들여 살려내는’ 땅의 설법을 들으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고, ‘세상의 장벽을 쉬지 않고 지우는’ 풀의 설법과 ‘바람이 불면 맞서지 않다가도 멈추면 제 길을 가는’ 나무의 설법을 들으며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지구를 갉아먹지 않는 인류의 길

 

저자 최성현은 우리나라 자연농의 선구자다. 자연농법을 창시한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을 비롯해 많은 자연농 책들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했고, 그 스스로도 30년이 넘게 자연농법으로 자급자족 규모의 논밭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자연농법의 원칙은 땅을 갈지 않고(무경운), 비료를 쓰지 않으며(무비료), 농약을 쓰지 않고(무농약), 제초를 하지 않는(무제초) 것이다. 땅의 침식과 황폐화를 막고, 미생물과 벌레로 이어지는 자연의 먹이사슬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기에 인간에게도 자연에도 이로운 농사법이다.

인간이 자연과 맺어 온 전통적인 관계를 반성하며 새로운 농법을 실천하는 자연농법처럼, 이 책에는 새롭고 대안적인 통찰로 가득하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즉 ‘호모 파필리오’ 개념이 대표적이다. 파필리오(papilĭo)는 라틴어로 ‘나비’라는 뜻인데, 인류가 나뭇잎을 뜯어 먹기만 하는 애벌레처럼 살아서는 안 되며, 꽃과 나무를 번성하게 하는 나비와 같은 존재로 깨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비바 파필리오」) 또한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지적하며, 쌀이 아닌 밤을 주곡식으로 삼았던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숲을 늘리는 동시에 인간의 먹거리 문제도 해결하는 ‘밥을 주는 숲’을 제시하기도 한다.(「꿀벌의 질문」)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로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이 책에서 전하는 자연의 말씀을 읽으며 인류가 앞으로 나갈 길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테톤 수족 인디언 추장 ‘서 있는 곰’은 말했다. “세상은 거대한 도서관이다.” 맞다. 세상은 크나큰 도서관이자, 나아가 한 권의 거대한 경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흔히 성경이나 불경이나 사서삼경 따위를 최고의 책인 줄 아는데, 아니다. 역시 가장 귀한 책은 천지만물이다. 그보다 나은 책을 우리는 가질 수 없다.

-p.9

 

한자로는 無情說法이라 쓴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말인데, 무슨 말인가 하면 무정(無情), 곧 감정이 없는 산하대지를 비롯하여 하늘, 바위, 바다 등이 설법(說法)을 한다는 말이다. 넓게 보면 돌, 나무, 여러 동물, 물고기, 새, 벌레 등도 여기에 들어간다. 그렇다. 천지만물이 다 무정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p.11

 

불교에도 있다. ‘복과 덕이 오더라도 받지 말라.’는 뜻의 불수복덕(不受福德)의 가르침! 풀어 말하면, 해가 바뀌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새해 인사를 하지만, 그와 반대다. 받으려는 생각은 모두 버리고, 끊임없이 지으라는 거다. 하늘로 던진 돌과 같다. 그러니 돌려받을 것은 신경 쓰지 말고 끊임없이 선행을 주위에 베풀라는 그런 말씀이다.

-p.72

 

풀이란 우주가 주는 밥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풀이 있어 산다. 풀 한 포기에는 하늘, 바람, 구름, 땅, 비, 해, 벌레, 새, 바다, 눈, 나비가 들어 있다. 아니 온 우주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하면 풀은 온 우주가 만든 것이다. 온 우주가 있어야 풀 한 포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p.159

 

닭들은 내가 보이자 모두 우르르 달려와 곁에 붙어 서서 나를 기다렸다. 엄마나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들 같았다. 그들의 그런 천진무구함 앞에서 나는 가끔 울고 싶어진다. 그들에 견주면 나는 얼마나 더럽나!

내 안에는 쉬지 않고 남은 물론 나도 재판하는 재판관이 한 사람 사는데, 그에게 안을 내준 날에는 닭을 볼 면목이 없다. 그런 날에는 그들을 붙잡고 울고 싶어지고, 그들에게 구원을 구걸하고 싶어진다.

-p.187

 

겨울잠을 자는 동물로 가장 잘 알려진 곰이 겨울잠을 자는 까닭은 겨울에는 먹을 것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이 틀리지 않겠지만 표현은 바꾸는 게 좋을 거 같다. 곰은 먹을 것이 적은 겨울에는 자는 것이 좋다고 여기고, 그렇게 한다고. 나는 곰만이 아니라 사람도 그렇게 겨울을 나면 좋겠고, 나 혼자라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p.196~197

 

시오리를 안고 걸어!

수박 이름이다. 작년에 내게 온 수박이다.

30대 젊은이다. 가끔 내게 온다. 지난여름이었다. 어느 날 저녁에 그가 왔다. 커다란 수박 한 덩어리를 안고 왔다. 우리 면 면사무소(행정복지센터)가 있는 양덕원에서 버스를 내려 걸어왔다고 했다. 양덕원부터라면 시오리 길이다!

씨앗을 받아두었다. 그냥 먹고 말 수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수박 씨앗을 오늘 심었다. 그의 이름을 붙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오리를 안고 걸어’가 더 좋다는 게 공모의 결과였다. 그쪽이 그 수박이 지닌 가치는 물론 그를, 그의 행동을 기리는 데 더 적합한 이름이라는 게 이유였다.

힘써 가꾸려 한다.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한 해도 빼먹지 않고 그 수박과 함께 살고 싶다.

-p.212

 

손안의 씨앗은 이런 말도 한다. “너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씨앗은 봄이 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난해의 삶이 어떠했든 새봄에는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살아만 있다면 말이다. 그처럼 우리도 살아만 있다면 새봄에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아니, 우리는 봄을 기다릴 것도 없다. 오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니, 오늘을, 새날을 기다릴 것도 없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새롭게 살 수 있다. 그것을 아무도 막지 않는다.

-p.216~217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려서

나무는 줏대 없는 놈인 줄 알았는데

바람이 그치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자기가 바라는 길을 걷는구나

비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지지 않고

돌아와

그것도 바로 돌아와

자기가 바라는 길을 걷는구나

-p.219~220

목차

여는 글 9

 

1부 하늘의 말씀을 듣다

 

자기 집도 모르는 사람들 17

천국은 어디에 있을까? 24

모든 생명의 자궁 30

나는 누구인가? 36

육안의 한계 42

숨이 일러 주는 삶의 비결 49

천지의 말씀 54

달의 노래 60

하늘 은행 65

 

 

2부 땅의 말씀을 듣다

 

살아 있는 화수분 77

봄여름가을겨울 83

호랑이를 돌보기 91

지구가 곧 지장보살 97

산은 화가 102

물이라는 큰 스승 109

하나님의 노래 115

부끄럽지 않은 밥상 123

복 짓는 법 134

 

 

3부 만물의 말씀을 듣다

 

개의 설법 147

작은 풀에서 배워야 할 것들 158

나무는 아나키스트 165

벌레의 가르침 173

닭은 어리석지 않다! 182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메시지 192

비바 파필리오 200

씨앗의 힘 210

나무의 말씀 218

애벌레 문명 224

개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 232

코로나19의 가르침 240

시로 온 만물의 케리그마 249

꿀벌의 질문 294

 

인용 및 참고도서 305

작가 소개

최성현

‘개구리’라는 아호를 쓰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이다. 20대 후반에 자연농법을 만나 인류가 갇혀 있는 거대한 우물을 보는 경험을 황홀하고도 강렬하게 하며 인간 편에서 자연 편으로 건너온다. 30대 초반에 귀농, 그 뒤로 30년이 넘게 자연농법으로 자급자족 규모의 논밭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글과 번역, 그리고 ‘자연농 교실’ 등으로 자연농법의 세계를 알리는 데 힘을 쏟는 한편, 하루 한 통의 손글씨 엽서로 자연생활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자연농법』 『자연농 교실』 『신비한 밭에 서서』 『어제를 향해 걷다』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공역)』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 『돈이 필요 없는 나라』 『나무에게 배운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과 같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래서 산에 산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좁쌀 한 알』 『시코쿠를 걷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와 같은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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