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에타와 일곱샘물

원제 LA DONNA DELLE SETTE FONTI

안토니오 디에고 만카

출판사 판미동 | 발행일 2011년 4월 8일 | ISBN 978-89-942-1080-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00 · 188쪽 | 가격 9,800원

책소개

비밀에 싸인 치유사와 백혈병 소녀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백혈병 소녀 안토니에타, 새로이 태어나다
물과 대지의 신성한 힘을 경험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백혈병을 이겨낸 사춘기 소녀의성장기 『안토니에타와 일곱 샘물』이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백혈병 발병으로 꿈과 삶에 대한 애정을 잃은 소녀 안토니에타. 친척 아주머니의 소개로 비밀에 싸인 치유사 티아 난나를 만난 안토니에타는 부정적이던 자신을 버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신감 넘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한다.소설의 배경인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은 물을 숭배한 옛 문명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실제로 그곳에서 나고 자란 안토니오 디에고 만카는 자연과 대지의 지혜를 찬양하는 사르데냐 문명의 흔적을한 소녀의 성장기에 서정적으로 녹여냈다.

편집자 리뷰

사춘기 — 살아가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나는 아이가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도록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주었을 뿐이야.”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혼란의 시기가 있다. 태어나 처음 만나는 혼돈과 변화의 시기, 방향을 잃고 불어대는 바람이나 소용돌이치는 물결처럼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이다. 휘몰아치는 마음을 잡아 주고 나아갈방향을 제시해 줄 길잡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바로 이 시기에 주인공 안토니에타는 인생의 큰 고비를 맞는다. 아버지의 죽음과 뒤이어 닥친 백혈병 발병. 소녀는 가장 가까운 엄마에게까지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고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린 안토니에타에게 손을 내민 것은 비밀에 싸인 치유사 티아 난나였다.안토니에타는 도토리나무와 대화를 하고 물에게 병을 고쳐달라고 부탁하라는 이 노파에게 쉽게 마음을열지 않는다. 처음에는 사춘기 소녀 특유의 반감까지 가졌던 안토니에타는 떠밀리듯 자연 앞에 선다. 바로 그 순간, 소녀는 상처로 가득한 자신과 만나게 된다. 티아 난나가 마리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마리아는 그녀의 눈길이 자신의 속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어떻게 하기로 했니?”티아 난나가 물었다.“전 죽기 싫어요!”마리아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면서 중얼거렸다.“그런 것 같지 않은데.”티아 난나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듯 물었다.“죽기 싫다면, 뭘 해야겠니?”“몰라요!” 마리아가 소리를 질렀다.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두 여인은 그녀를 몰아세워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하고 있었다.“뭘 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왜 살려고 하니?”“몰라요, 정말 모른다고요!”마리아가 소리를 지르면서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두 여인은 소녀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티아 난나가 다시 말을 꺼냈다.“살아야 할 이유와 병을 고쳐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될 때까지, 여기 샘물 옆에 있거라. 내가 너라면…….”그녀가 말을 이었다.“샘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겠다. 네가 정직하고 진솔하게 물어본다면, 샘이 네게 대답해 줄지도 모르잖니?”티아 난나의 목소리가 일곱 샘물의 물소리와 섞였다. — 본문 42-43쪽
티아 난나는 소녀에게 살아가는 것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감과 용기를 가르치고, 소녀가 애정 충만한 시선으로 꿈과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로는 엄한 말로,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전해지는치유사의 가르침에 소녀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마침내 변화한 자신을 받아들인다.
“병이 낫기 위해 내가 무얼 해야 합니까?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내 말을 들어요! 나는 당신이 내 말을 듣기를 원합니다. 나는 살고 싶어요, 살기를 원한다고요!”눈물에 뒤범벅이 된 그녀는 얼마 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오직 폭포의 목소리만 들렸다. 느리고 힘 있고 끊임없는.마리아는 불현듯 머리를 들고 단호하게 새하얀 물의 벽을 향해 걸어갔다. 물방울이 튀어 몸에 닿는 순간에는 잠시 주저했지만 곧 강력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로 걸어 들어갔다. 몸을 때리는 찬물이 어찌나 센지 마비될 것만 같았다. 마리아는 눈을 감고 루치아의 말을 되새겼다.“배 속 깊이 호흡해야 해. 바로 거기서 의지가 솟아오른단다.”눈을 다시 뜨고 찬 물줄기 밖으로 한 발 나온 마리아는 배 속 깊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숨을 내쉴 때마다 배근육을 안으로 당기면서 스스로에게 되풀이해서 말했다.“난 해낼 수 있어! 난 해낼 수 있어! 난 해낼 수 있어!”처음에는 자신감 없던 목소리가 점차 결단력 있고 강해졌다. 마리아는 마침내 폭포로부터 몇 미터 물러 나와, 알몸으로 손을 허리에 얹고 소리를 질렀다.“나는 해내고 말 거야! 나는 내 병을 고치길 원해!”마리아의 눈은 이제 다른 빛을 띠었다. 그녀는 햇볕이 드는 바위에 앉아 따듯한 볕에 몸을 말렸다. 정신이 맑았다. 어두운 바위를 덮고 있는 물줄기는 마치 새하얀 거품이 이는 망토 같았다. 마리아는 얼마 동안 그 광경을 아무 생각 없이 음미했다. — 본문 134-135쪽
안토니에타를 돕는 것은 비단 티아 난나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안토니에타의 꿈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운운하기보다 애정 어린 관심으로 무조건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아빠, 백혈병 발병이라는 참담한 상황에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딸을 위해 한 발 물러서 기다려주는 엄마의 현명한 선택 덕분에 소녀는 변화의 기회를 받아들이고 제 꿈을 돌아볼 수 있었다. 또한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원인을 알 수 는 피부병에 시달리다 티아 난나를 만나면서 내적 성장과 평화로운 삶을 찾은 여인 루치아, 이웃의 양치기 할아버지 티우 브로투, 안토니에타에게 티아 난나를 소개해 준 친척 아주머니 로사리아 등도 시종일관 안토니에타를 지켜보며 훌륭한 멘토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다. 사춘기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이유는 살아가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고민이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일 것이다. 꿈은 있지만 꿈에 대한 확신이 없고, 매일 살아가지만 자존감에는 이르지 못한 사춘기 소녀 안토니에타에게 치유사 티아 난나는 살아가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할 것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치유사 티아 난나는 답을 가르쳐주기보다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상황을 만듦으로써 안토니에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개입하고 관여하기보다 좌표를 제시하고 길을 내주는 코디네이터와 같은 멘토링의 한 전형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의 치유력과 신성한 힘
마리아는 샘에 다가가서 축축한 이끼 위에 손을 얹었다. 샘은 그녀에게 신선함과 함께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노래하고 웃고 달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마리아는 샘에게 감사했다. 그녀는 샘이 그녀에게 무엇인가를, 아마 그의 사랑을 선물했다고 느꼈다.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 내며 해체하는 물은 예로부터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숭배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소설의 배경인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은 물과 대지를 숭배했던 옛 문명의 자취가 살아 있는 곳으로, 자연물을 숭배하며 깨우친 치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는 전통적인 치유사 ‘마이알자스’가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섬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물과 대지의 신성을 수호하는 마이알자스의 능력으로 백혈병을 치유하고 자아를 찾은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자연과 대지의 신성한 힘을 찬양하는 고대인들의 지혜를 전하고자 했다.
티아 난나가 아주 느리게 말을 시작했다.“고대인들에게 이런 샘은 땅을 풍요롭게 해 주는 해가 들어오던 곳이었단다. 물은 땅의 씨앗이면서 젖이었지. 고대인들은 물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특히 도토리나무 사이를 흐르는 수맥으로부터 샘솟는 물은 더 그렇다고 믿었지. 고대인들은 바로 그런 곳에 땅을 파고 신성한 샘을 만들었어. 도토리나무는 고대인들에게 나무의 신이었고 식물의 여신이었으며 모든 음식의 원천이었지.”마리아는 티아 난나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몇 계단 위에 앉은 루치아 역시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그녀의 말을듣고 있었다.“마리아야, 물은 원소들을 녹이고 씻기고 변화시킨단다. 모든 생명의 근본 물질이지. 고대인들은 몸을 씻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도를 하기 위해 여기에 내려왔단다. 그들은 물의 신에게 그들이 정화되기를, 그들의 고통이 치유되기를기도했고, 샘은 그들을 정화해 주었지. 정화는 이런 곳에서만 가능했단다. 물은 정신의 더러움을 씻어 내거든.”루치아와 마리아는 티아 난나의 이야기에 자신들을 맡겼다. 그 이야기는 그들 안의, 잊혔으나 결코 사라지지 않은고대 세계를 깨웠다. 그때 티아 난나가 일어서서 두 손을 마리아의 머리에 가볍게 얹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마리아에게 있고 싶은 만큼 샘가에 앉아서 기도하라고 권하며 자신과 루치아는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본문 145-146쪽
주목할 점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 고대인들의 지혜를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적용할수 있다는 것이다. 안토니에타에게도 물은 마음의 상처와 병을 씻어내고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게 해주는 매개였다. 소녀는 신성한 샘에게 병이 낫게 해달라고 진심으로 부탁하고, 도토리나무와 우정을 나누며, 폭포 앞에서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소녀를 이끌어 준 것이다.
잠에서 깨었을 때 마리아는 수평선 위로 눈부시게 걸려 있는 해를 보았다. 햇빛이 있는 곳까지 바다 위로 은빛 길이 그려져 있었다. 바람은 잠들었고 바다는 고요했다. 그녀는 일어나 차가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마리아는스스로가 정화되고 새로워진 걸 느꼈다. 마치 잠을 자는 동안 파도가 그녀 안의 모든 불결한 자취를 지운 것 같았다. — 본문 178쪽
작가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기회를 갖고 마음에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해 낼 때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물과 대지를 숭배한 고대인들의 지혜에서 그 방법을 찾는다.발달한 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연의 치유력과 신성한 힘을 잊어버렸지만, 예로부터 숭배되어온 자연은 그 자체로 분명한 가치가 있다. 한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자연이 가진 신성한 힘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이 작품은 그래서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목차

서문1. 로사리아 아주머니2. 티아 난나 프로레3. 시에테 푸엔테스4. 마리아5. 계시6. 월경7. 사르디 펠리티8. 어린 너도밤나무9. 티아 난나의 삶10. 엘리게스 우티오소스11. 책임12. 꿈속의 어린 양13. 티우 브로투14. 사 프레다 라다15. 폭포16. 우정17. 신성한 샘 산타 크리스티나18. 물동이19. 집으로 돌아오다20. 음식의 마술21. 성스러운 샘 산 살바토레22. 마리 에르미모든 신성한 물에 바치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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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디에고 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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