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천만 명을 울린 작가 수산나 타마로가 전하는 ‘삶의 연금술’ “ 누구나 절망에서 자신의 삶을 돌려세워야 할 때가 찾아온다.”

영원의 수업

원제 Per Sempre

수잔나 타마로 | 옮김 이현경

출판사 판미동 | 발행일 2015년 2월 10일 | ISBN 978-89-601-7937-0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188 · 284쪽 | 가격 12,000원

분야 영성

책소개

이미 한번 경제 위기로 절망에 빠져 있던 전 유럽을 소설 『마음 가는 대로』를 통해 치유했던 이탈리아 여류 작가 수산나 타마로. 그런 그가 오랜만에 신작 『영원의 수업』을 출간하면서 기존의 치유 키워드로부터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성찰’을 이야기한다. 그는 행복과 절망, 그리고 회복으로 나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인간을 기만하는 것처럼 보이는운명이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되짚어 나간다.

나는 종종 고독이 예민함을 가중시키는 건지, 아니면 예민함이 지나쳐서 고독을 선택하는 건지 스스로 물어보곤 하지.
나는 그 대답을 찾을 수가 없어. 어린 시절 난 걸핏하면 우는 울보였어.
불만이나 변덕 때문에 운 건 아니었어. 고통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고 그 이유를 알지 못해서 울었던 거지.
거지를 보거나 지팡이를 짚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구부정한 할머니를 보면 울었어. 이미 구더기가 끓고 거의 죽어가는 어린 고양이를 봐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지.
눈물을 흘렸지만 이렇게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비밀이었어. 나는 지나치게 예민한 내 성격이 부끄러웠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어.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자 수치심과 더불어 이상한 고독감을 느꼈어.
내 눈에 비친 광경을 다른 사람들은 보지 않는 듯했어. 그들의 시선은 형식,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이나 노인, 죽어가는 고양이 같은 외형에 머물러 있었지. 그 생명들 뒤편에 숨겨진 의문이 그들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는 듯했어.
(52~53쪽)

어릴 적 외형에 감춰진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삶의 신비와 소통을 하던 주인공 마테오는 성인이 되면서 점차 타자에 의해 정의된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런 그가 그나마 소소한 평화와 행복을 꾸려갈 수 있었던 건, 삶의 본질에 눈을 닫지 않았던 아내 노라 덕분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의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어버린 마테오는 철저히 자신을 놓아버리고, 15년간 무너진 삶의 언저리를 떠돌며 절망의 한 귀퉁이에서 끝나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이러한 외침은 오늘날 우리가 삶의 한가운데 서서 던지는 질문들과 닮아 있다.
‘삶은 얼마나 많은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 고통은 언제 끝나는가?’, ‘신은 누구이며 어디에 존재인가?’, ‘내가 가야 할 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결국 마테오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걱정하며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유서를 손에 쥐고, 삶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영원의 수업』은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심을 뒤흔드는 이 소설을 통해 어떻게 삶을 마주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발견하게 될 것이다.

편집자 리뷰

절망과 수긍, 그리고 성장이라는 ‘삶의 신비’
“ 답은 언제나 스스로 찾아온다.
고요함 속에 진정으로 존재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가슴속의 가시를 뽑아내는 과정은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삶의 향수와 후회를 닮아 있다.

 

내가 아버지 편을 들어 개를 키우시게 도와 드릴 수 있었겠지.
아버지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들어 드릴 수도 있었겠지.
투덜거리는 대신 아버지에게 묻거나,
내 생각들과 끊임없이 싸우는 대신
잠시라도 아버지 처지가 되어 볼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자신한테서 벗어나기.
‘너무 늦었다’는 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내 삶은 너무 앞으로 달려가 있었어.
너무 앞으로.
너무 늦게.
너무 씁쓸하게.
너무 고통스럽게.
피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게. (68쪽)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비소로 삶이 던지는 질문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이기주의와 성급함으로 인해 놓쳐 버린 것들이 가슴을 짓누르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감동적인 서간 형식으로 써 내려간 『영원의 수업』은 생각지 못했던 삶의 변수로 인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한 남자가 자연과 침묵 속에서 삶을 수긍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려 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힘든 시간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은 수긍 앞에 놓여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를 절망에서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삶의 경이로움이라고 속삭인다.

 

“일상에 특성을 부여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그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 몫이지. 그러니까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가장 고귀한 방법으로 늘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에도 존엄과 위대함이 담겨 있으니까. 삶은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파도가 잔잔하기도 한 바다와 같다는 점을 항상 의식하면서 절대 작아지지 말고, 절대 자신의 존엄을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 폭풍우가 칠 때나 파도가 잔잔할 때나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똑바로 서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네 공정함이 배를 다시 항구로 데려올 수 있게 해 줄 거다.” (239쪽)

 

주인공 마테오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길을 잃어야 하고,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지옥을 가로질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우리를 가둬두려 하는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 침묵 속에서 멈추지 말고 걸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한번은 삶의 함정에 빠진다. 『영원의 수업』은 절망의 시기를 겪고 있는 삶의 여행자들에게 침묵 속에서 삶을 되돌릴 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려 준다. 우리 삶 속에는 이미 경이로움과 사랑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쉽게 유혹당하지. 겉으로는 확실해 보이니까. 우리는 사물을 보면서 외형이 바로 실재라고 확신해서 의문을 품지 않아.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해서 더는 앞으로 나가지 않지.
아버지가 종종 이렇게 말씀하셨어.
“눈이 보이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어릴 때 나는 그냥 하시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라면서 아버지가 절대 농담을 하지 않는 분이라는 걸 알았어. 아버지는 아무도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으셨어. 냄새를 맡고 듣고 만져 보셨지. 다른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지점에서도 아버지는 진실을 보셨어. 아버지 앞에서는 거짓으로 꾸미거나 거짓말을 할 수 없었지. 사실과 다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56쪽)
“외과용 메스로 치료하는 게 훨씬 쉬워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마음을 치료하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뿐이지요. 우리 모두의 마음속 가장 은밀한 부분에 작은 지혜의 파편이 숨겨져 있어요. 그 지혜의 파편은 행복했던 장소와 순간을 기억하고 그때를 그리워하며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해요. 철이 바뀌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철새들처럼 말이지요. 자,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날아가고 싶은 욕망이 생겨나게 하세요.”
“그 땅, 약속의 땅 이름은 뭔가요?”
“이름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단 하나지요. 순수와 경이, 선량한 마음.”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건가요?”
“사악함과 부패함이 없는 시선, 모든 사건 앞에서 수단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사랑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시선으
로 돌아가는 거지요.”
“아주 어려운가요?”
“그래요. 되돌아가려면 한평생이 걸립니다. 때로는 한평생만으로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시선을 되찾았을 때도 주의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항상 난쟁이가 숨어 있으니까요. 그 난쟁이는 당신을 가둬 두려고 했던 그 작은 세계에서 당신이 달아나는 걸 참을 수 없어 하지요. 당신이 어떤 곳에 도달했다고 믿는 건 다 그 난쟁이 때문입니다. 그 난쟁이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멈춰, 네가 올 곳에 다 왔어.’이 때문에 율리시스가 세이렌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았듯이 우리도 귀를 막고 앞으로 계속 걸어가야 합니다.”

그녀가 다시 물었지.

“걷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침묵 속에서 산다는 뜻이지요.” (299~230쪽)

 

▶ 본문

처음에는 나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형용사 또는 명사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러한 정의가 바로 어디서든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익숙해졌다. 그러한 분류가 인간 본성의 일부분임을 알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 우리는 상대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은 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
상대는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아무런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 준다. 그런데 그런 상태가 우리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어떻게든 정의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정의가 우리를 존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정의는 뗏목이고, 우 리는 그것에 의지해 일상의 격랑 속을 헤쳐나간다. 이 뗏목 덕분에 우리는 미치지 않고 강어귀에 도착할 수 있다. (13~14쪽)

‘만일’이 마치 구원을 위해 던져진 밧줄이라도 되는 양 그것을 잡고 오르면서 알게 되는 거지. 그 ‘만일’ 뒤에 항상 또 다른 만일이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마지막 ‘만일’이라고 확신하며 손을 뻗으면 항상 다른 만일이 나타나고 그렇게 하다 결국 지쳐 떨어지기 전에 항복하고 마는 거야. 다른 모든 ‘만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만일’은 딱 하나야.
만일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94쪽)

물론 나는 그들의 진짜 급한 일이 바로 초조함과 불확실함, 갑자기 자신들의 삶에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불안감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 고독한 환경에서 갑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니까 두려움을 느끼는 거야. 그래서 다시 도시로 달려 내려가 소음과 거울들 속에 빠져 웃고 춤추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소음을 만들어 내지. 그러고는 끊임없이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들을 좇는 유령을 지워 버려야만 하지. “너는 누구냐? 꺼져 버려! 혼미 상태에 빠진 내 일상에서 날 끌어내지 마.” (153쪽)

한번은 어떤 사람이 내게 물었어.
“현명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대답했지.
“지옥을 가로지르면 됩니다. 높이 올라가려면 먼저 아주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하지요.”
내 손님이 다시 대답을 재촉했어.
“하지만 그 지옥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습니까?”
“만남을 신뢰해야 하지요.”
그 사람이 당황해서 내게 물었지.
“그럼 길을 찾으려면 먼저 길을 잃어야 하는 겁니까?”
내가 웃으며 말했어.
“그렇습니다. 숲 속의 꼬마 엄지처럼 말이지요. 길을 다시 찾으려면 길을 잃어버려야 하지요.” (226~227쪽)

한편 새끼 양들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자기들을 낳아 준 어미의 그늘 아래 누워 끄덕끄덕 졸지.
“이런 피조물을 어떻게 죽일 수 있죠?”
이 산 위에 들르는 도시 사람이 내게 자주 하는 질문이야.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죽음이 없는 삶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지. 어떤 이들은 내게 돈을 주면서 새끼 양을 입양하고 싶다고 해. 그 양이 남은 생을 모두 살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거야.
내가 그들을 안심시키지.
“난 양들을 죽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날이 옵니다.”
“왜 그렇습니까?”
“암양 여러 마리에게는 숫양 한 마리면 충분하니까요. 이게 자연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며 말하지.
“자연의 법칙은 잔인한 거로군요.”
“잔인함이 첫 번째 대답입니다.”
“그럼 두 번째는요?”
“두 번째는 그 잔인함을 우리가 이해하길 바라는 겁니다.” (264~265쪽)

해가 가면서 나는 이따금 시간 속에서 영원이 넘쳐흐른다는 걸 알았지. 이론 없이, 계획 없이, 포인트를 쌓거나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지 않는 채 넘쳐흐르지. 넘쳐흐르면서 세상일들 속에 숨어 있는 불꽃을 보여 주지. 불은 우리 기쁨의 이유야.
“나는 풀잎 하나가 별들의 여행 못지않다고 믿는다.”
기억나? 하루하루 지나면서 나는 당신이 사랑했던 이 시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어.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발견하는 법을 배웠지. 돌멩이에, 나뭇잎들에, 꽃에, 까마귀에, 고양이에, 벌들에, 나무에, 나비에, 싹을 틔우는 모든 씨앗에, 모든 광물에,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피조물에 반짝이는 본래의 빛이 남아 있었어. 결국 산다는 건 그 빛을 바라보고 그 빛이 꺼지지 않게 온 힘을 다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어. 누군가 이 산 위로 와서 행복에 이르기 위한 방법을, 그 길을 물으면 나는 종종 미소를 짓곤 하지.
“삶이 바로 그 길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내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어. 좀 더 위대하고 분명하며 확실한 무언가를 좋아했으니까. 사랑은 전지전능함이 아니라 차라리 연약한 두 힘의 만남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려면 어미 양의 그늘에 앉아 있는 새끼 양이 되어야 하지. 이 사실을 받아들일 때에만 우리 일상의 모든 게 해결돼. (270~271쪽)

작가 소개

수잔나 타마로

1957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태어났다. 십대 후반에 로마로 건너가 영화 실험 센터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했다. 이탈리아 국영 방송국에서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94년 『마음 가는 대로』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현재는 로마에 살며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어떤 사랑』, 『대답해 주세요』, 『천사의 간지럼』, 『마법의 공원』 등이 있다.

이현경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탈로 칼비노 연구로 비교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수여하는 국가 번역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이탈로 칼비노의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힘겨운 사랑』, 『보이지 않는 도시들』외에 『태연한 척할래』, 『이것이 인간인가』, 『침묵의 음악』,『바우돌리노』, 『권태』,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미의 역사』,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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